부산시립미술관의 대표 기획전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이 지난 8월 23일 중국 베이징 금일미술관에서 개막했다. / 사진: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부산시립미술관의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이 2026년 8월 23일부터 10월 7일까지 중국 베이징 금일미술관(Today Art Museum)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부산시립미술관이 1999년부터 운영해온 지역 작가 발굴 프로그램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의 첫 해외 미술관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지역의 새로운 작가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지원해온 프로그램이 국내 전시를 넘어 해외 미술기관과의 국제 교류로 활동 범위를 확장한 것이다.
 
참여작가는 강이경, 김미래, 김재원, 김태성, 박지혜, 박현성, 유장우, 유하나 등 8명이다. 모두 부산에서 태어났거나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회화,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동시대의 이미지와 물질, 신체와 환경의 관계를 탐구한다.


금일미술관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강이경 작가 설치 모습 / 사진: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금일미술관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전시모습 / 사진: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금일미술관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전시모습 / 사진: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금일미술관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전시모습 / 사진: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지역 작가 발굴 프로그램의 해외 확장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은 부산시립미술관이 개관한 이듬해인 1999년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고 이들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2025년까지 17회의 전시를 통해 76명의 작가를 소개하며 부산시립미술관을 대표하는 장기 작가 지원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젊은 작가를 소개하는 프로젝트와 공모전은 다양한 기관에서 운영되고 있지만, 지역의 공립미술관이 20년 이상 하나의 프로그램을 지속하면서 새로운 세대의 작가를 꾸준히 발굴하고 지원해왔다는 점은 주요 미술기관과 갤러리, 비평과 시장이 수도권에 집중된 한국 미술계의 구조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 프로그램이 축적해온 것은 단순한 전시 횟수나 참여작가의 숫자만이 아니다. 각 시기의 새로운 작가와 작업을 발견하고 공적인 미술관의 전시와 기록 속에 남겨왔다는 점에서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은 부산 동시대미술의 변화와 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지속적으로 기록해온 하나의 제도적 아카이브라는 가치를 갖는다.
 
2024년에는 작가 선정과 지원 방식에서도 변화를 시작했다. 기존 내부 추천 중심의 선정 방식을 공개공모로 전환해 158명의 지원자 가운데 8명을 선정했으며, 지원 범위 역시 한 차례의 전시에서 국내외 전시와 비평, 국제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중장기 방식으로 확대했다.
 
선정된 8명의 작가는 2025년 서울 성곡미술관에서 국내전을 열었고, 올해 베이징 금일미술관에서 첫 해외전을 개최했다. 작가를 발굴하고 소개하는 데 머물지 않고 선정 이후의 활동과 국내외 미술 현장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의 역할을 확장한 것이다.


2025년 성곡미술관 강이경 작가 전시모습/ 사진: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부산과 베이징, 서로 다른 두 도시의 ‘압축적 현대성’
 
부산과 베이징은 20세기 후반 이후 빠른 산업화와 도시화, 기술 발전과 사회 변화를 경험했다는 점에서 일정한 공통점을 가진다.
 
동시에 두 도시는 역사적 경험과 정치·사회적 구조가 다르고, 같은 기술이나 문화적 현상도 각각의 도시에서 서로 다른 의미와 기억을 형성해왔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공통점과 차이 속에서 부산에서 형성된 작업이 베이징이라는 또 다른 동아시아 도시에서 어떻게 새롭게 읽힐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금일미술관 측 역시 이번 전시를 설명하면서 하나의 기술이 비슷한 시기에 두 도시에 도착하더라도 서로 다른 역사적 순간에 놓일 수 있으며, 작품은 짧은 시간 안에 국경을 이동할 수 있지만 작품을 해석하는 사회적·역사적 맥락까지 동일하게 이동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같은 현재를 살아가면서도 서로 다른 시간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참여작가들의 작업에서도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강이경, 〈어딘가에  한 번도 들어가 본 적 없는 집이 내 안에 있다〉, 2026 / 사진: 작가,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강이경의 〈지하의 수호신〉(2025)은 베이징 전시장에서도 가장 큰 규모의 작품 가운데 하나로 소개된다. 강이경은 회화와 판화적 실험, 설치를 통해 숨겨지거나 쉽게 드러나지 않는 공간의 구조와 미완의 상태를 탐구해왔다. 〈지하의 수호신〉 역시 공간 자체를 작업의 일부로 끌어들이면서 관객이 익숙한 전시 공간을 새롭게 인식하도록 한다.


박지혜, 〈오랜친구〉, 2024 / 사진: 작가,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박지혜는 언어와 기호, 감정과 기억의 관계를 탐구한다. 베이징 전시에서는 돌 위에 물로 글씨를 쓰는 상황을 연상시키는 작업이 소개됐다. 물이 증발하면서 글씨는 사라지지만 경험과 기억은 다른 방식으로 남는다. 작가는 이처럼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언어적 흔적을 통해 문화적 기호가 개인의 감각과 기억을 형성하는 방식을 살펴본다.


김태성, 〈동시대 이미지 마주하기〉, 2023 / 사진: 작가,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김태성은 회화를 하나의 평면 이미지로만 다루지 않고 그것이 만들어지고 이동하며 전시되는 물질적 조건까지 작업의 영역으로 확장한다. 베이징 전시장에서는 여러 점의 회화를 쌓고 각각의 프레임을 선명한 색으로 드러내 관객의 시선을 화면 바깥의 구조로 이동시킨다. 작품의 프레임과 포장, 생산과 운송 과정까지 회화가 존재하는 조건의 일부로 바라보게 하는 작업이다.
 
 
 
이처럼 8명의 작가는 서로 다른 주제와 형식을 취하지만 이미지와 물질, 공간과 신체, 기억과 환경을 통해 빠르게 변화해온 동시대의 경험을 다룬다는 점에서 연결된다. 반복되는 영상, 공간의 구조와 균열을 활용한 설치, 회화적 물질성을 재해석하는 실험은 부산과 베이징이 경험해온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축적된 ‘압축적 현대성’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환기한다.
 
작품의 이동은 새로운 해석의 조건을 만든다.
 
부산에서 만들어지고 읽혀온 작업이 베이징의 관객과 역사적·문화적 환경을 만나면서 기존과 다른 관계와 의미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의미에서 부산에서 형성된 작업을 다른 동아시아의 시간과 시선 안에서 다시 읽어보는 자리라고 할 수 있다.
 
 
 
지역미술관의 국제화
 
부산시립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일회성 해외 행사에 머물게 하지 않고 지속적인 국제협력으로 연결한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최근 개편된 프로그램의 핵심과도 맞닿아 있다. 작가를 선정해 한 차례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내외 미술기관, 큐레이터, 비평가와 접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서 작가 발굴 이후의 성장 과정까지 미술관 지원의 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의 베이징 전시는 지역에서 새로운 작가를 발견하고 기록해온 27년에 가까운 축적을 해외 전시와 기관 교류로 확장하는 첫 단계다.
 
특히 주요 미술기관과 갤러리, 국제적인 미술 네트워크가 서울에 집중된 상황에서 이러한 시도는 지역미술관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지역에서 형성된 미술적 가치가 다른 도시의 미술 현장과 만나 새로운 평가와 관계로 이어지는 구조가 지속된다면, 이 프로그램은 지역미술관이 작가의 발굴에서 성장과 국제 교류까지 연결하는 장기적인 지원 모델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금일미술관(Today Art Museum) 외관 / 사진: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금일미술관

금일미술관(Today Art Museum)은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비영리 사립미술관으로 동시대미술의 실험적인 기획과 국제협력을 지속해 온 기관이다. 이번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은 부산시립미술관과 금일미술관이 처음으로 공동기획한 국제협력 전시이며, 양 기관은 이를 계기로 공동 연구와 학술교류, 후속 기획전 등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전시 정보
 
전시명: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Vision and Perspective)》
기간: 2026. 8. 23–10. 7
장소: 금일미술관(Today Art Museum), 베이징, 중국
참여작가: 강이경, 김미래, 김재원, 김태성, 박지혜, 박현성, 유장우, 유하나
공동기획: 부산시립미술관, 금일미술관
웹사이트: 부산시립미술관 · 금일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