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On the Move》. Photo: An Chunho. © Kukje Gallery

국제갤러리는 홍승혜 작가의 개인전 《이동 중(On the Move)》을 6월 14일까지 부산점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홍승혜의 다양한 시기의 작업을 ‘이동성’의 개념을 중심으로 재구성하며, 작가의 작업 변모 과정을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 “디지털 세계로 진입한 이후 전개해온 기하학적 이미지의 움직임에 관한 보고서”라고 설명한다. 1997년 컴퓨터 화면의 기본 단위인 디지털 픽셀을 사용해 시작된 연작 ’유기적 기하학’에서 감지되던 환영적 움직임은, 플래시 애니메이션 〈더 센티멘탈 1〉(2002)을 기점으로 실제적인 시간성과 리듬을 획득하기 시작했다.

이후의 움직임은 픽셀의 운동에서 신체의 움직임으로 확장되며 작업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감각으로 자리해왔다. 이는 작가가 컴퓨터 속 ‘실행취소’ 기능을 통해 도형이 변화하는 과정을 우연히 처음 목격한 경험에서 출발한 것으로, 이후 움직임은 작가 작업 세계 전반에서 주요한 탐구 영역으로 이어졌다.


Installation view of 《On the Move》. Photo: An Chunho. © Kukje Gallery

한편, 기하학적 이미지의 움직임은 모니터를 넘어 입체, 가구, 설치 등 물리적 공간으로 확장되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유기적 기하학’ 연작과 함께 가변적 조각 ‘액자형 부조’, 그리고 관람객이 앉아서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벤치〉, 〈백스툴〉과 같은 이동 가능한 가구 작품 등, 서로 다른 형식과 매체의 작업을 한 자리에 모아 선보인다.

특히 정지된 이미지 속 움직임에 대한 형식적 실험의 출발점인 ‘유기적 기하학’을 영상 작품과 같은 공간 안에 병치함으로써, 작가가 오랜 시간 탐구해온 이미지의 이동성이 어떻게 변화하고 확장되어 왔는지를 다층적으로 보여준다.


Installation view of 《On the Move》. Photo: An Chunho. © Kukje Gallery

이렇듯 이번 전시는 영상을 중심으로 평면과 입체, 초기작부터 근작까지 아우르며 작가가 탐구해온 움직임의 세계의 변화를 따라간다. 특히 디지털 환경 속 움직이는 이미지에 익숙한 오늘날의 관람자에게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디지털 세계 속에서 도형이 처음 움직이기 시작하던 순간의 환희와 그 이후의 여정을 함께 떠올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