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광주비엔날레가 2026년 9월 5일 개막했다.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You Must Change Your Life)》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비엔날레는
본전시와 파빌리온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11월 15일까지 이어진다.

16회 광주비엔날레 본관 입구 행사광경 / 사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제1전시실 전경. / 사진: 광주비엔날레
개막을 앞두고 대만 파빌리온의 공식 명칭을 둘러싼 논란이 발생했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이
대만 측 파빌리온을 공식 홍보물에 ‘NTMoFA Pavilion’으로
표기하자 대만 문화부와 참여 작가들이 항의했고, 이후 재단이 ‘Taiwan
Pavilion’이라는 명칭을 승인하자 중국관 전시팀이 철수를 발표했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는 예정대로 개막했으며 대만관도 9월 5일 ‘Taiwan
Pavilion’이라는 명칭으로 문을 열었다. 중국관 전시팀은 이에 앞선 9월 3일 전시 철수를 공식 발표했다. (focustaiwan.tw)

광주비엔날레 대만관 전시모습 / 사진: 연합뉴스
대만관 명칭의 변경과 복원
대만 문화부와 참여 작가들은 전시 준비 과정에서 사용해 온 ‘Taiwan
Pavilion’이라는 명칭이 광주비엔날레 공식 홍보물에서 국립대만미술관의 영문 약칭을 사용한 ‘NTMoFA
Pavilion’으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은 2026년 1월
국립대만미술관과 기관 자격으로 협약을 체결했으며, 파빌리온을 국가관과 기관관으로 구분하는 운영 기준에
따라 기관명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재단에 따르면 협약의 당사자는 대만이라는 국가 또는 지역이 아니라
국립대만미술관이었다.
대만 문화부와 참여 작가들은 제안서와 전시 준비 과정에서 ‘Taiwan
Pavilion’이라는 명칭을 사용했으며, 공식 홍보물의 명칭 변경 과정에서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국제미술평론가협회와 일부 광주비엔날레 참여 작가들도 원래 명칭의 복원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aicainternational.news)
광주비엔날레재단은 대만 문화부 및 국립대만미술관과 추가 협의를 진행한 뒤 8월 26일 ‘Taiwan Pavilion’이라는 명칭을 승인했다. 국립대만미술관은 대만을 대표해 파빌리온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내용의 공식 문서를 제출했고, 재단은 이를 근거로 해당 명칭의 사용을 허용했다. (artreview.com)

3일 오전 전남광주 서구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에서 루안 웨라이 중국 국적 큐레이터가 광주비엔날레 중국 파빌리온 전시 철수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사진: 뉴스1
중국관의 설치 중단과 철수
광주비엔날레재단이 ‘Taiwan Pavilion’이라는 명칭을 승인한
이후 중국 측은 공식적으로 항의했다.
다이빙 주한 중국대사는 광주시장과의 면담에서 명칭 승인에 유감과 우려를 표명했다. 중국관 전시팀은 8월 28일
광주 하정웅미술관에서 진행하던 작품 설치를 중단했으며, 9월 3일
기자회견을 열어 전시 철수를 발표했다.
중국관 전시팀은 ‘Taiwan Pavilion’이라는 명칭이 하나의
중국 원칙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외교부도 같은 날 한중 수교 공동성명을 언급하며
광주비엔날레의 명칭 사용에 반대하고 한국 측에 시정을 요구했다. (www.yna.co.kr)
한국 외교부는 파빌리온 명칭이 비정부기관인 광주비엔날레재단에 의해 결정된 사안이며, 한국 정부의 외교적 입장과는 별개라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 및 하나의 중국에 관한 기존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apnews.com)
결과적으로 대만관은 ‘Taiwan Pavilion’이라는 명칭으로
개관했고, 중국관은 전시에서 철수했다. 광주비엔날레 본전시와
다른 파빌리온은 예정된 일정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국가관과 기관관의 구분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은 베니스비엔날레의 국가관 제도와 운영 구조가 다르다.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은 2018년 시작됐으며 국가뿐 아니라 도시, 미술관, 문화기관과 예술단체가 참여한다. 2026년 참가 공모에서도 신청 주체를 국가와
기관(Countries and Institutions)으로 명시했다. 이번 행사에는 16개 국가관과
11개 기관관이 참여할 예정이었다.
이와 같은 혼합형 구조에서는 협약을 체결한 법적 주체와 전시에서 사용하는 파빌리온 명칭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특정 국가의 문화부나 국립미술관이 전시를 조직하면서 국가 또는 지역의 이름을 파빌리온 명칭으로 사용하는 사례도
있고, 주최기관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국제미술행사 전체에 적용되는 단일한 파빌리온 명칭 규정은 없다. 주최기관은
자체 참가 규정과 개최국의 법률, 협약 당사자 사이의 계약을 바탕으로 공식 명칭을 결정한다. 명칭 변경이 필요한 경우에도 주최기관의 규정과 참여기관 사이의 합의 절차가 적용된다.
이번 광주비엔날레에서는 국가관과 기관관의 분류 기준, 협약 주체, 파빌리온의 대외 명칭이 서로 다른 기준으로 사용되면서 명칭에 관한 이견이 발생했다.

리이판, 〈Screen Melancholy〉, 2026. 제61회 베니스비엔날레 대만 병행전시 전시작. © 리이판(Li Yi-Fan)/ 사진: 타이베이시립미술관 홈페이지
베니스비엔날레의 대만관
베니스비엔날레의 사례는 파빌리온의 명칭과 공식 지위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대만은 1995년 타이베이시립미술관의 주관으로 베니스비엔날레에 처음
참여했다. 대만관은 1995년과 1997년, 1999년에는 국가관 형식으로 운영됐으며, 이후에는 베니스비엔날레의 공식 국가관이 아닌 병행전시 형식으로 전환됐다. (tfam.museum)
공식 지위가 변경된 이후에도 타이베이시립미술관은 베니스에서 개최하는 전시에 ‘Taiwan
Pavilion’이라는 명칭을 계속 사용해왔다. 2024년과 2026년 전시도 타이베이시립미술관이 조직한 병행전시로 개최됐으며, 대외적으로는
대만관 또는 Taiwan in Venice라는 명칭이 사용됐다. (tfam.museum)
베니스비엔날레에서는 공식 국가관과 병행전시를 제도적으로 구분한다. 국가관은
이탈리아 정부의 외교적 승인 및 베니스비엔날레의 공식 초청 절차에 따라 운영되며, 병행전시는 재단의
심사를 거쳐 비엔날레 기간에 별도의 전시로 개최된다.
따라서 ‘Taiwan Pavilion’이라는 명칭이 사용되더라도 해당
전시가 베니스비엔날레의 공식 국가관인지, 타이베이시립미술관이 주관하는 병행전시인지는 별도의 제도적 분류를
통해 확인된다.
국제미술행사의 참가와 철수
국제비엔날레에서는 전쟁과 외교적 갈등을 이유로 국가관이나 참여 작가가 전시를 철회한 사례가 반복돼 왔다.
2022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러시아관의
작가와 큐레이터가 참가를 철회했다. 러시아는 2024년에도
자국 전시를 열지 않고 국가관 건물을 볼리비아에 제공했다.
2024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는 이스라엘관의 작가와 큐레이터가 가자지구
휴전과 인질 석방이 이뤄질 때까지 전시를 개관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베니스비엔날레가 이스라엘관의 참여를
취소한 것이 아니라, 작가와 큐레이터가 전시를 열지 않기로 결정한 사례다. (www.reuters.com)
2026년에는 러시아관이 베니스비엔날레에 복귀했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유럽 여러 나라가 러시아의 참가에 반대했고, 유럽연합은
베니스비엔날레에 대한 200만 유로 규모의 지원을 철회했다.
베니스비엔날레재단은 공식 성명을 통해 문화와 예술에 대한 배제 및 검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러시아관의
참여를 유지했다. 이탈리아 문화부는 러시아관의 참여가 이탈리아 정부가 아닌 베니스비엔날레재단의 독립적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apnews.com)
이 사례들에서 주최기관의 결정과 참여자의 결정은 구분된다. 주최기관이
참가 자격을 취소하는 경우, 참여자가 스스로 철수하는 경우, 전시
공간은 유지하면서 개관하지 않는 경우, 외부 정부나 후원기관이 지원을 철회하는 경우가 각각 다른 절차로
진행됐다.

윤범모 비엔날레 대표이사가 제16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을 앞두고 4일 오전 광주 용봉동 광주비엔날레 거시기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 뉴스1
광주비엔날레의 운영 책임과 후속 과제
윤범모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는 9월
4일 개막 기자간담회에서 대만관 명칭 논란과 중국관 철수에 유감을 표명하고, 국가관과 기관관을
구분하는 파빌리온 운영 제도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이번 사태에는 광주비엔날레재단의 운영 미숙도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재단은
국가와 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파빌리온을 운영하면서도 협약 당사자와 전시의 대외 명칭이 다를 경우 적용할 기준을 명확히 마련하지 않았다. 전시 준비 과정에서 사용된 명칭과 공식 홍보물의 표기가 달라졌지만, 이를
사전에 참여 기관과 확정하는 절차도 충분히 작동하지 않았다.
논란 이후의 대응도 사후 조정에 머물렀다. 재단은 처음에는 기관 자격으로
협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NTMoFA Pavilion’으로 표기했다고 설명했으나, 대만 측과 미술계의 항의가 이어지자 8월 26일 ‘Taiwan Pavilion’을 승인했다. 이후 중국 측의 항의와 작품 설치 중단, 전시 철수가 이어졌다. 개막 직전까지 명칭과 대응 원칙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점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조정할 운영 체계가 부족했음을
보여준다.
이번 사태는 예술과 정치의 관계에 관한 논쟁이면서 국제 미술기관의 행정과 위험 관리 문제이기도 하다. 광주비엔날레가 해야 할 일은 운영 과정에서 무엇이 누락됐는지를 밝히고,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다.
김종호는 홍익대 예술학과 졸업 및 동대학원에서 예술기획을 전공하였다. 1996-2006년까지 갤러리서미 큐레이터, 카이스갤러리 기획실장, 아트센터나비 학예연구팀장, 갤러리현대 디렉터, 가나뉴욕 큐레이터로 일하였고, 2008-2017까지 두산갤러리 서울 & 뉴욕, 두산레지던시 뉴욕의 총괄 디렉터로서 뉴욕에서 일하며 한국 동시대 작가들을 현지에 소개하였다.
2017년 귀국 후 아트 컨설턴트로서 미술교육과 컬렉션 컨설팅 및 각 종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으며 2021년 에이프로젝트 컴퍼니 설립 후 한국 동시대 미술의 세계진출을 위한 플랫폼 K-ARTNOW.COM과 K-ARTIST.COM 을 운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