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현대 구관 현대화랑 개인전에서의 작가 모습 / 사진: 갤러리현대

김 크리스틴 선(Christine Sun Kim, b. 1980)은 소리와 언어, 의사소통의 구조를 드로잉과 회화, 영상,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로 탐구해 온 한국계 미국인 작가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농인 작가인 그는 미국 수어(American Sign Language, ASL)와 음악 기보법, 문자와 그래픽 기호를 독창적인 시각적 조형언어로 발전시켜 왔다. 특히 소리를 청각적 현상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와 권력, 문화적 규범에 의해 의미가 형성되는 대상으로 바라보며, 이를 작품의 개념과 형식으로 구체화해 왔다.
 
김 크리스틴 선의 작업에서 음표와 오선지, 선과 화살표, 단어와 문장은 감정과 기억, 인간관계와 사회적 경험을 표현하는 중요한 조형 요소다. 작가는 이러한 기호들을 자유롭게 변형하고 결합하면서 언어와 이미지의 관계를 새롭게 구성한다. 최근에는 평면 드로잉에서 발전시킨 시각적 언어를 변형 캔버스 회화와 대형 영상, 건축적 공간을 활용한 설치로 확장하며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의 작업은 2025년 뉴욕 휘트니미술관과 도쿄 모리미술관에서 열린 주요 개인전을 통해 국제적으로 주목받았으며, 2026년에는 서울과 룩셈부르크에서 서로 다른 매체와 형식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갤러리현대 구관 현대화랑에서 열린 개인전 《달 마음(Moon Mind)》(8월 26일–10월 18일 종료)은 가족과 기억, 정체성의 문제를 회화와 드로잉으로 풀어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진행 중인 《완고한 바위, 무모한 싸움들》(7월 31일–11월 29일)은 미국 수어의 움직임을 대형 영상과 공간 드로잉으로 확장하며, 룩셈부르크 현대미술관 무담(Mudam Luxembourg)의 《FOR EVER》(9월 25일–2027년 1월 10일)는 농문화의 역사와 언어의 지속성을 기념비적인 조형 형식으로 탐구한다.
 
세 전시는 김 크리스틴 선이 소리와 언어에 대한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해 독자적인 조형언어를 발전시켜 온 과정과, 이러한 작업이 오늘날 동시대미술에서 갖는 미학적·사회적 의미를 함께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갤러리현대 《달 마음》 — 기억과 관계를 회화로 확장하다


김 크리스틴 선 《달 마음 (Moon Mind)》 전시 타이틀 월, 2026. 사진: K-ARTNOW



《달 마음 (Moon Mind)》 전시장면 / 사진: K-ARTNOW

갤러리현대 구관 현대화랑에서 2026년 8월 26일부터 10월 18일까지 진행되었던 《달 마음(Moon Mind)》은 김 크리스틴 선의 회화적 탐구를 집중적으로 소개한 개인전이다. 약 40점의 변형 캔버스 회화와 드로잉을 통해 작가는 가족과 기억, 문화적 정체성, 타인과의 관계를 살펴본 전시이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부분은 작가가 오랫동안 사용해 온 선과 문자, 기호의 조형적 표현을 캔버스 자체의 형태로 확장했다는 점이다. 사각형 화면을 벗어난 변형 캔버스는 수어의 움직임과 언어적 표현을 물리적인 형태로 구성하며, 평면 드로잉에서 발전시켜 온 작가의 조형언어에 새로운 공간적 특성을 부여한다.


전시작품 〈MIND MASS〉 / 사진: K-ARTNOW

특히 한국계 미국인으로서의 문화적 배경과 가족의 이야기는 그동안 소리와 언어의 사회적 구조에 집중해 온 작가의 작업을 보다 개인적인 역사와 정체성의 문제로 확장한다.
 
 
전시정보
 
전시명: 김 크리스틴 선 《달 마음(Moon Mind)》
전시 기간: 2026년 8월 26일–10월 18일 (전시 종료)
전시 장소: 갤러리현대 구관 현대화랑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8
공식 홈페이지: www.galleryhyundai.com
 

 
 
국립현대미술관 《완고한 바위, 무모한 싸움들》 — 수어의 움직임을 공간으로 확장하다


김 크리스틴 선, 《완고한 바위, 무모한 싸움들》 전시 전경, 2026,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서울박스. /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는 2026년 7월 31일부터 11월 29일까지 김 크리스틴 선의 대형 설치 프로젝트 《완고한 바위, 무모한 싸움들》을 선보이고 있다.
 
MMCA x LG OLED 시리즈의 일환으로 제작된 이번 작품은 서울관의 중앙 공간인 서울박스에 설치된 대형 곡면 OLED 디스플레이와 벽면, 바닥 드로잉으로 구성된다.
 
작가는 미국 수어의 움직임을 영상과 그래픽 이미지로 전환해 언어가 신체와 공간을 통해 형성되는 과정을 시각화한다. 손의 형태와 움직임, 방향과 속도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수어의 특성은 화면 속 이미지의 변화와 공간을 가로지르는 드로잉으로 확장된다.
 
특히 관객은 대형 영상과 주변 공간의 드로잉을 함께 경험하면서 언어를 하나의 고정된 의미가 아니라 시간과 움직임, 신체적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과정으로 인식하게 된다. 작가는 이러한 구성을 통해 의사소통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오해, 서로 다른 감각적 경험 사이의 관계를 탐구한다.
 
 
전시정보
 
전시명: MMCA x LG OLED 시리즈 2026: 김 크리스틴 선 《완고한 바위, 무모한 싸움들》
전시 기간: 2026년 7월 31일–11월 29일
전시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서울박스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30
공식 홈페이지: www.mmca.go.kr
 

 
 
무담 룩셈부르크 《FOR EVER》 — 수어의 형태로 농문화의 역사를 기념하다


김 크리스틴 선, 〈The Sound of Temperature Rising (온도가 상승하는 소리)〉, 드로잉 설치 전경. / 사진: 무담 룩셈부르크(Mudam Luxembourg).

룩셈부르크 현대미술관 무담(Mudam Luxembourg)에서는 2026년 9월 25일부터 2027년 1월 10일까지 김 크리스틴 선의 개인전 《FOR EVER》를 개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농문화의 역사와 공동체의 지속성을 주제로, 미국 수어를 조각적 캔버스와 사운드스케이프로 발전시킨 장소특정적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작가는 예배당을 연상시키는 무담의 헨리 J. 앤 에르나 D. 레어 파빌리온의 건축적 특성에 대응해 네 개의 벽면을 중심으로 작품을 구성했다. 미국 수어로 표현한 '영원히(forever)'라는 단어의 움직임은 조각적 캔버스로 전환되어 공간 전체에 펼쳐진다. 순간적으로 이루어지는 신체적 언어를 지속적인 물질적 형태로 바꾸면서 언어의 일시성과 문화의 지속성 사이의 관계를 탐구한다.
 
작품에서 '영원히'라는 표현은 역사적으로 수어 사용의 제한과 사회적 차별을 경험해 온 농인 공동체의 문화적 지속성을 상징한다. 또한 음악가 맷 카밀(Matt Karmil)과 협업한 사운드스케이프를 통해 시각적 형식과 소리의 관계를 함께 탐구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요청에 따라 계단 없는 접근이 어려운 파빌리온 지하층을 사용하지 않고 지상층에 전시 전체를 구성했다. 이는 언어와 소통, 접근성에 대한 작가의 관심이 작품의 주제에서 전시의 실제 운영 방식으로 확장된 사례다.


룩셈부르크 현대미술관 무담(Mudam Luxembourg) I. M. Pei architect design / 사진 : Christian Aschman

무담은 룩셈부르크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관으로, 세계 각국의 동시대 작가들을 소개하고 국제적인 전시와 커미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미술관의 독특한 건축적 공간을 활용해 김 크리스틴 선의 조형언어를 기념비적 규모로 발전시킨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전시정보
 
전시명: Christine Sun Kim 《FOR EVER》
전시 기간: 2026년 9월 25일–2027년 1월 10일
전시 장소: Mudam Luxembourg – Musée d’Art Moderne Grand-Duc Jean
주소: 3 Park Dräi Eechelen, L-1499 Luxembourg
공식 홈페이지: www.mudam.com
 
 
 
김 크리스틴 선
 
김 크리스틴 선(Christine Sun Kim, 1980년생)은 농인으로서 경험한 소리와 언어, 의사소통의 문제를 독창적인 시각적 조형언어로 발전시켜 온 작가다. 수어의 신체적 움직임과 음악 기보법, 문자와 그래픽 기호를 회화와 영상, 설치의 형식으로 확장하며 인간의 감각과 언어가 작동하는 방식을 탐구한다.
 
그의 작업은 언어와 기호를 예술적 매체로 활용해 온 개념미술의 흐름과 연결되면서도, 농인의 신체적 경험과 문화적 정체성을 조형적 표현의 출발점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독자성을 갖는다. 특히 소리와 언어를 둘러싼 사회적 규범과 권력관계를 시각화함으로써 소통과 인식의 기존 관습을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김 크리스틴 선의 예술적 성취는 개인의 감각적·문화적 경험을 보편적인 언어와 소통의 문제로 확장하고, 이를 새로운 조형적 형식으로 발전시켰다는 데 있다.